예전에 한사람 한소녀 있었네
어리석기 짝이 없어 부모사랑 독차지
도무지 욕심 없어 바보같기만 했다네

점점 자라다가 몹쓸병에 걸렸네
예전에 병 홍역이라 했겠다
3일 밤낮 앓고나서 닷새동안 죽음이었네
토끼 똥 모양새로 구슬 같이 새까맣게
가만 가만 살아나기 별명이 젓가락

수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등대도 파도도 하늘도 구름도
눈가에 이슬 맺히도록
아름다운 포구 부산항
뒤로는 운암공원
그때는 산밑에 판자집이 다닥다닥
길거리엔 미군부대
레이션 박스가 널부러져 있었다
광복동 남포동 거리에

바다만 바라보다 하늘만 바라보다
바다건너 하늘건너 다른나라를 동경해본다
태평양을 넘어서 대서양을 건너서
어디에 어디만큼 누가 살고 있을까

꿈을 안고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고
끝없는 이상을 위해 나래를 펼 때
여자는 질그릇이다 깨지기 쉬워
사은회때 찍은 사진 찾아들고서
방방곡곡 헤매다 진주라 천리길

예쁘장하고 곱상한 그리고 샤프한
한 총각이 눈에 띄어
얼시구나 좋다 백년해로 문제 없다

쳐다보기 아까와라 세워놓기 아까와라
주례선생 밀쳐놓고 친정아비 주례서네
하객들 웃음소리 예식장에 가득찼네

한두해가 지나도록 시집情을 몰랐네라
친정집 그리워 울고있네 애나벨리
눈을 들어 바라보니 많고 많은 임산부들

일천구백칠십년대 우리나라
가족계획 부르짖고 아들 딸 셋만 낳아
삼십대에 세살터울 방방곡곡 메아리쳐도
보통으로 일곱여덟 네다섯은 기본이라

나의 갈길 이것이다 사명감에 기운얻어
밤낮을 모르고 아침저녁 식사잊어
열두달이 서른번 강산이 세번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나님께서 인간을 만드심에
심히 기뻐했더라는 성경말씀
수천수만명 아기할매 손길에서
어느누구 할것없이 모두다 내생명

나의보람 나의뜻
생명길 희망길
고난과 역경의 길
오늘도 내일도 이생명 다할때까지
--2001.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