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
낙엽 밟는 소리
귀뚜라미 처량히 울고 있네
하늘끝 닿은데 단풍이 곱고
먼데서 낙엽 타는 냄새
메케한 연기같이 저녁안개 서리네

강물 차가운 줄기 쫄쫄 흐르고
시리도록 날카로운 쪽빛 저녁노을과 함께
아름답게 불타고 있는 가을
나로하여 명상에 잠기게 하는구나

세월이 어느덧 흘러
가을은 수십구비를 돌아
우뚝 곁에 서 있구나
하여 몇몇해 더 가을이 오고 가면
내영혼 편히 쉬게 하리니

언제나 목말라하던 가을에
충만한 하늘복음이
깨소금같이 고소하게
곶감과도 같이 달콤하게
명주실같이 나풀거리면서
천천히 그리고 종종걸음으로 오시리니

그대 내곁에 오랫동안 머물어다오
터질듯한 부푼가슴으로 맞이하리니
아름다운 이 가을에

...2001. 10.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