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라 먼데서 충청도 양반이
서울 가유... 하고 자가용으로 왔다네
결사반대 무릎쓰고 눈물로써 엄마 간장 녹여내니
좋다 좋다 가자꾸나 아기보기 가자꾸나
서울로 가는 길 우째 그리 좋을 지고

아기할매 하는 말 힘들게 왔는데
무엇이라도 건져야재 건덕지를 건져야지
순산한다 순산은 따놓은 당상
회음부도 절대보호 풍욕과 냉온욕
초유부터 먹이고 삼일을 굶길건대
굶기기는 아주 굶길까마는 태변보기 한 후에
이 모든 것 제대로 소원으로 하고팠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우에 그리 하고지븐 것도 많을꼬
이것도 하고싶고 저것도 하고싶네
아기에게 좋은 것 무엇이든지
서울에서 대전까지 불과 세시간
그런데도 멀다고 몇달을 걱정

오늘에사 이룬 소원 금방금방 아파오네
참말로 잘할 수 있을까 고관절 수술했는데
골반도 틀어져서 어렵다 했는데
지금에사 걱정되네 너무너무 걱정되네

돌아갈까 생각하니 많이도 왔구만
아니지 아니지 잘할 수 있어
아기할매 일신산원 배꼽과탯줄
하얀간판 하얀벽 입구에 들어서니
내집같이 아늑해 좀전의 걱정이
스르르 봄눈 녹듯 사라져 가네

이제는 믿어야지 어쨌든 안아프게
한시간 두시간 걸어다녀 볼 적에
점점더 자신만만 설마설마 잘되겠지
아기소리 쿵쿵쿵 잘도잘도 들리고
아기집문 잘열려 부드럽게 얇아졌대요
아기머리 좌골극을 통과하여 내려오고
응가도 하고 싶고 허리도 아프다네

향기요법 좋다고 들어서도 알았는데
은은한 향기가 코끝에 닿으면
부드러운 음악이 온몸을 휘감고
무엇이든지 자유자유 자유로이 움직이네
자유란게 이렇게도 너무 편안해

친정엄마 외동딸 그윽히 보네
나의 어린 아기때 어찌 어찌 분만 진통
생각하기 안성맞춤 오늘이 내 생일
엄마와 나는 모녀 나와 아기도 모녀
모녀 동창생 생일이 똑같으이

한번보자 슬쩍보자 진찰해보자
분만침대 사십오도 거의 앉았네
시계를 쳐다보니 아홉시 십오분
몇시간 있을까 걱정이 되어
아이구 무섭다 덜덜덜 떨리네

고관절 수술때 척추마취 무서워
이제는 잊어버리자 맹세를 수없이
더욱더 생생하게 아기보기 할 적에

아기할매 괜찮다 아무일 없다
대전에서 서울오니 무엇이라도 건져야재
쑥떡같이 쑥떡쑥떡 범벅같이 호박범벅
둥실둥실 놀아보세 아기하고 놀아보세

남편이 올껴 친정엄마 같이 할껴
*란이 비단금자 난초란자 지적하는 대로
남편이 뽑혔다 얼른얼른 들어오소
옆에만 있으면 아기머리 보인다
*란아 아기 나왔다 우리아기 나온다

쑥쑥쑥 쑥떡쑥떡 범벅범벅 또범벅
가슴에 안긴 예쁜딸 뽀오얀 얼굴
아빠만 닮았네 인감도장 여기있네
빨리도 나왔네 옛날에는 씀퉁퉁
모두다 풍덩풍덩 우리네 여자들

똑같이 퐁당퐁당 엄마얼굴 화알짝
남편얼굴 화알짝 들락날락 꽃다발
음료수다 과일이다 바삐바삐 다니네
문턱이 닳는다네 발굼치도 아프다네